우경리 몸의 노폐물 필터 역할을 하는 콩팥, 즉 신장(腎臟)은 ‘소리 없는 장기’라 불린다. 신장에 염증이 생기는 신장염의 증상이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이다. 또 절반 이상 망가지기 전에는 자각 증상이 없어 병이 한참 진전된 뒤에야 발병 사실을 알아차리는 경우가 많다.

복부 뒤의 양쪽에 있는 강낭콩 모양의 신장은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또 혈액 속의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거나 혈압을 조절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 기능에 장애가 생기는 신장염은 크게 급성신장염과 만성신장염, 그리고 위축신(萎縮腎)의 세 종류로 나눈다.

급성신장염은 허리가 아프든가 피로해지고, 목이 마르며, 식욕이 없는 증세를 보인다. 주로 아침에 일어나면 눈두덩이 부어 있다. 또 오줌의 양이 급격히 줄고, 피가 나오는 경우도 있으며, 몸이 붓는 부종이 생긴다.

만성신장염은 그 증세가 서서히 나타나므로 자신이 쉽사리 발견할 수 없다. 초기에 가끔 몸이 부어오른다는 증세만 나타나기 때문에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이다. 만성신장염이 심해지면 혈압이 오르거나 안색이 나빠지고, 숨이 가빠지며, 밤중에 소변을 자주 보게 된다.

그리고 위축신은 신장이 정상의 절반 이하로 줄고 굳어져서 기능 장애가 일어난 상태이다. 오줌의 양이 평소보다 많이 배출되는 다뇨(多尿)을 비롯하여 야뇨(夜尿)·구갈(口渴)·탈수 따위의 증상이 나타나며, 요독증(尿毒症)으로 이어지기 쉽다. 단백뇨나 혈뇨와 같이 소변에서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는 콩팥의 사구체(絲球體) 여과 기능이 영구적으로 저하되는 만성신부전증으로 진단된다. 이렇게 되면 신장이 제 기능을 못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만성신장병 환자는 약 4만2천 명 증가했고, 연평균 8.2퍼센트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처럼 매년 만성신장병 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당뇨의 경우 당분이 지나치게 많아 걸쭉해진 혈액이 신장 사구체의 모세혈관을 막고, 고혈압은 신장 사구체 모세혈관을 손상시킨다.

서양의학에서는 신장염 치료에 화학 항염증제, 스테로이드제, 면역억제제 등을 쓴다. 또 혈압이 높은 경우에는 화학 혈압 강압제를 쓰고, 부종이 있는 경우는 화학 이뇨제를 쓰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근본적인 치료와는 거리가 있다. 또 만성신장병의 말기 단계가 되면 인공투석(人工透析)으로 혈액 중의 노폐물을 제거시키지만, 이 또한 원래 신장이 해야 할 일을 인공 신장으로 대체하는 셈으로 신장병의 치료와는 거리가 멀다.

신장병을 다스리자면 우선 심신의 안정을 취하면서 부작용이 없는 자연 식이요법을 꾸준히 해야 한다. 급성신장염의 단계에서는 수분 대사와 이뇨를 촉진시키고, 소염(消炎) 효능을 발휘하는 음식을 먹는 게 좋다.

예를 들어 오이는 이뇨 작용뿐만 아니라, 염증을 억제하는 효능도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신장염 개선에 널리 쓰여 왔다. 오이에 풍부한 칼륨이 나트륨과 오줌의 배출을 촉진시켜 주기 때문이다.

만약 만성신장염으로 진행된 단계라면 염증 자체보다는 신장 기능의 저하가 문제인 시기이다.

따라서 허약해진 신장의 기능을 높여 주는 한편, 염증을 마저 소염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자료 제공 | 가정의학연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