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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학을 아무리 열심히 배웠어도 실제 임상에서 자침을 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런데 막상 임상에서 누구든지 자침하기 전에 예상치 못한 훈침(暈鍼)이 일어날까 두려운 것도 사실이다. 환자가 언제 어떠한 상황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질지 모르기 때문에 침구인은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필자도 몇 번에 걸쳐 훈침을 경험한 적이 있다. 한번은 2군사령부에 근무할 때였다. 군대 인쇄소에서 친하게 지내던 병사가 아프다고 해서 침을 놔줬었는데 그만 그 자리에서 혼절하고 말았다. 다행히 심한 정도는 아니어서 무난하게 잘 넘어갔다.
또 한번은 종로의 직장에서 근무할 때 어깨가 아픈 사람을 소개 받았다. 얼마 동안 숨을 고르게 한 뒤에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로 아시혈 위주로 자침했었는데, 그만 그 자리에서 갑자기 옆으로 혼절하며 쓰러졌다. 모두가 놀란 상황에서 주위를 안정시키고 빨리 침을 빼고 족삼리에 다시 자침하니 그 육중한 몸이 벌떡 일어나 앉으면서 휴~ 하고 깨어났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이마에서 땀이 날 지경이다. 여러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욕심을 내어 소위 말하는 한 방에 고쳐 보려고 욕심을 내었던 것이 화근이 되었다. 그 후로는 절대로 어떠한 가벼운 질병이라도 한 번에 고치겠다는 욕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또 언젠가 자영업을 할 때 고객이 택시에서 간신히 내리면서 들어오는 것이었다. 젊은 사람이 허리가 아파서 고통스런 상태인지라 안타까운 마음에 정황을 물어보았다. 침 두 개면 나을 수 있을 것 같은 자신이 있어 앉아 있는 상태에서 방광경을 자침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면서 쓰러지는 것이었다. 족태양방광경의 지음 혈이 문제였다. 대장경의 상양 혈을 먼저 자침했음에도 지음 혈은 순식간에 두부의 기운을 발쪽으로 끌어내리므로 저혈압이었던 환자에게 치명적인 자극이 되었던 것이다. 그 후에 정황을 들었는데 즉효는 있었다고 했다. 그래도 실수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역시 그 일 후에 지음 혈은 서 있는 상태나 앉아 있는 경우에 가능하면 자침하지 않는다. 부득이 자침할 경우는 상태를 보아서 백회를 먼저 자침한 후에 침을 놓는다.
침을 배우고 임상을 하다 보면 위와 같이 일생에 몇 번은 훈침의 경험을 하게 된다. 따라서 충분한 지식으로 난처한 상황을 예방할 수 있어야 한다. 임상에 임하는 침구인들에게 전통학회의 침구대전에 있는 무자론(無刺論)을 근거로 훈침 예방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소개한다.
1. 무자대취(無刺大醉)이니 영인기란(令人氣亂)이라, 기취물자(己醉勿刺)하고 기자물취(己刺勿醉)하라. 즉, 술을 많이 마셔 취한 사람에게 자침하지 마라. 술에 취한 상태이면 기가 산란하기 때문이다. 침을 맞은 후에도 술을 마시면 안 된다.
2. 무자대노(無刺大怒)이니 영인기역(令人氣逆)이라. 신노물자(新怒勿刺)하고 기자물노(己怒勿刺)하라. 즉, 감정이 격노하여 크게 화를 낸 사람은 기혈이 상역하기 때문에 자침하지 마라. 자침 후에도 안정을 취하게 해야 한다.
3. 물자대노인(勿刺大勞人)이니 신노물자(新勞勿刺)하고 기자물노(己刺勿勞)하라. 즉, 과격한 노동을 한 자에게 자침하지 마라. 자침한 후에도 과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4. 무자신포인(無刺新飽人)이니 기포물자(己飽勿刺)하고 기자물포(己刺勿飽)하라. 즉, 식사 직후에 배부른 사람에게 자침하지 말라. 또 침을 맞은 후에 포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5. 무자대기인(無刺大饑人)이니 기기물자(己饑勿刺)하고 기자물기(己刺勿饑)하라. 즉, 식사를 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침하지 마라. 침을 맞은 후에도 배고프지 않도록 해야 한다.
6. 무자대갈인(無刺大渴人)이니 기갈물자(己渴勿刺)하고 기자물갈(己刺勿渴)하라. 즉, 몹시 목마른 사람에게 자침하지 말고, 자침 후에 갈증이 나게 않도록 해야 한다.
7. 무자대경인(無刺大驚人)이니 대경대공(大驚大恐)은 필정기기(必定其氣)라야 내자지(乃刺之)하라. 즉, 몹시 놀란 사람에게 자침하지 말라. 몹시 놀래거나 공포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진정시킨 후에 자침해야 한다.
8. 신내물자(新內勿刺)하고 기자물내(己刺勿內)하라. 즉, 금방 성교한 사람에게 자침하지 말고, 침을 맞은 후에 성교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9. 출행래자(出行來者)는 좌이휴지(坐而休之)하여 내자지(乃刺之)하라. 즉, 멀리에서 온 사람은 앉아서 30여 분 휴식을 취하게 한 후에 자침하라.
■ 김정구 | 동의학회 회장
1. 이 글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전통의학을 소개하고자 쓴 글입니다. 또한 전통의학을 스스로 익혀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라는 뜻에서 처방과 치료법을 공개하였습니다. 처방과 치료법을 이용하는 것은 본인의 자유 의사에 따르며, 치료와 관련하여 개인적인 병력 차이로 인한 효과 또는 신상 변화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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